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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역사교육②] 투쟁사관의 문제

청년나우 조주영 기자 | 2002년부터 <제 7차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학생들은 고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독립적인 과목으로 학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운동권적’ 사관들이 본격적으로 교육현장에 스며들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서 싸워왔던 자신들의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이를 미래세대에게 그대로 반영하려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교과서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지만, 2012년 11월 당시 한 역사 단체에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하며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해당 영상에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단순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에 가까운 내용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제는, 해당 영상물이 교육현장에서 ‘역사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교사들의 보충자료로 사용된 경우가 계속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수단체 <블루유니온>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자체운영한 ‘편향수업신고센터’에서는 총 469건의 사례가 제보되었는데, 이 중 ‘백년전쟁’을 포함하여 영상·매체를 활용한 사례는 20%대에 달한다.  

 

해당 영상물이 단순히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인신공격을 펼친 것뿐만 아니라, 영상의 주된 방향이 ‘일제강점기 이후 100여년간의 민족-반민족 세력간의 대립’으로 현대사의 방향을 묘사한 것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투쟁사관’이 역사교육에 활용되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기본 소재인 교과서에서도 역시 ‘투쟁사관’적인 서술이나, 편중된 비중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논란을 빚었던 금성교과서의 2008년 판본의 경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부실하게 다루거나, 그마저도 독재-반독재 프레임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서술되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총 346쪽의 본문에서 1945년 이후의 현대사를 다루는 제4부 ‘현대사회의 발전’은 108쪽(31.2%)에 불과하며, 1953년 휴전 이후의 역사는 제4부의 2장과 4장으로서 도합 58쪽(16.8%)에 불과하다. 제1공화국에 대해서 할당한 8쪽 중 5쪽이 4·19혁명이라는 단일사건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이승만 행정부의 농지개혁/일본의 귀속재산 처리과정을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서술한 부분을 추가로 감안하자면 사실상 제1공화국 자체가 극복해야 할 독재정권으로 묘사된 것이다. 제5공화국을 기술한 5쪽에서도 2쪽(291~292)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채우고 있다.

 

교과서가 특정 사건만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상을 독재-반독재의 대립으로만 호도하려는  양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의 다양성 논리를 들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문재인 정권에서도 그치지 않고 나타났다. 2019년 12월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듬해 3월 사용될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이 균형성을 잃은 서술이 상당하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한강의 기적’ 등 대한민국의 발전을 다룬 분량은 8종 교과서 모두 합쳐 33페이지에 불과한 반면, 4·19혁명과 5·18, 6월 항쟁 등 민주화 운동은 126페이지에 걸쳐 서술했으며, 역사적 평가가 남은 '촛불 시위'에 대해서도 기술하는 양상을 보였다.

 

‘투쟁적 사관’으로 현대사를 설명하려는 관점은 2018년 교육부가 배포한 <중학교 역사ㆍ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경제과정을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관점을 ‘일국적 시각’으로 묘사한 부분은 필연적으로 경제발전에 주된 공로를 차지한 정권의 성과를 단순히 독재자라는 이유만으로 깎아내리려 하는 의도가 보이며, ‘과거사 청산의 흐름’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고 한 부분 역시 사회를 독재-반독재의 대립으로 몰고가며, 교과서에서도 포함된 소위 ‘촛불혁명’을 통해 반대파들을 ‘독재 잔존세력’이자 ‘청산대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민주화 투쟁 과정이 중요하지 않으니 교과서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배부른 돼지’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유시민이 되도록 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역사교육은 이미 주권자인 국민의 힘에 의해 축출된지 오래인 독재세력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서술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1987년 6.29 선언으로 5공화국은 철저히 몰락하였으며, 이어 1995년에 제정된 5.18 특별법과 이에 뒤따른 전두환·노태우의 구속으로 독재세력은 사회에서 이미 그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반독재-독재 프레임’으로 역사교육을 가르치려는 시도는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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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영

청년나우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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