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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조영광의 총학일기⑤] 희열

'조영광의 총학일기'는 경북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본지의 조영광 칼럼니스트가 연재하는 기획칼럼입니다.

 

청년나우 조영광 칼럼니스트 | '희열을 느끼다.'라는 말만큼 벅차오르는 표현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총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면 말 그대로 '희열'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먼저, 총학생회의 시작인 '당선의 희열'을 들 수 있겠다. 사실 단독 출마가 아니라면 적어도 수천 명 혹은 만 명 이상의 유권자에게 정부 후보가 한 팀이 되어 선택을 받는 절차는 보통의 시도의원 급과 비슷한 유권자 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닳고 닳은 정치인들과 성인이기는 하다만 아직은 풋풋한 대학생들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같지만 다를 것이다.

 

단순히 당선에 대한 희열이라기보단 한 달 이상의 선거운동을 아무런 보상 없이 함께해 준 선거운동본부 친구들과 함께 느끼는 희열이기에 더욱 값질 것이다. 그리고 뜬금없는 여담이긴 하지만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마치 정치인들이 호남과 영남들 나누고 2030과 5060을 나누어 표심을 분석하는 것처럼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예를 들자면, 수의과대학 출신의 후보가 있으니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등은 아무래도 우리 쪽으로 표를 던지지 않겠냐, 우리 후보는 이과니까 거기에 공과대학, IT 대학, 자연과학대학 정도를 합치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선거공학을 들먹였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당선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에 저 모든 분석이 무의미하다는 것과 결국 그냥 '우리'가 해내었다는 희열만 남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즉, 당선의 '희열'은 순진했다.

 

그리고 총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고 사업적인 성취에서 오는 뿌듯함도 있다. 필자는 이것을 '집행의 희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흔히들 '총학'이라고 칭하는 친구들은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에 소속된 집행위원이라는 공식적인 직을 가지고 활동한다. 말 그대로 집행부인 셈이다. 

 

 

집행이라는 분야는 참 매력적이다. 어떠한 행위의 주체가 되어 일을 저지르고 책임을 지는 것까지가 집행인 것이다. 종종 총학생회에서는 1년이라는 짧은 임기와 내부적인 사법 및 징벌제도가 구축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책임'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본인이 총학의 집행은 여기에서 멈추더라도 본인의 인생에 대한 집행은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필자는 이런 분들에 대해 '그러면 안 된다.' 라는 따끔한 한마디를 드리고 싶다. 

 

잘못된 분들의 이야기는 이쯤하고 사실, 집행을 하면서(같이 일을 하면서) 정도 들고 한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본인이 졸업한 대학교의 총학생회실에는 침대방과 온돌방, 샤워실 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시설들이 현재에도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집행'을 대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총학생회 활동이 끝나고 대학교를 졸업한 마당에 가장 크게 남는 것 중 하나가 집행의 '희열'이었다. 집행의 '희열은' 뜨거웠다.

 

마지막으로는 '추억의 희열'이다. 여기서 추억은 지금 현재의 이 순간에 과거를 돌아보는 것 일 수도 있고, 과거에서 또 다른 과거를 돌아보는 것 일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추억과 조직에 대한 추억 등 여러 가지의 기억들이 추억들로 남아있지만 결국은 이마저도 다른 추억들과 다르지 않게 희미해져간다는 점이 참 아쉽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의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만, 인간은 제한적 존재이기에 인생의 모든 접점을 간직한 채 성장할 수는 없다. 새로운 연이 생기면 과거의 연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게 아쉽지만 우리의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어떤 대상을 추억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후회가 들곤 하는데 그 후회마저도 '희열'로 승화될 때가 있다.

 

 

굳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적자면 총학생회에서 오는 '희열'이나 '희열' 총학생회이나, 둘 다 필자에게는 참 소중한 존재라는 점이다. 특히 필자는 총학생회 활동과 함께 대학교를 졸업하여 더 넓은 사회로 흘러나온 입장에서 남아있는 추억들에게 꼭 한마디를 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더 이상 이마저도 희미해질 것이 확실하지만, 그것이 당연하며 우리를 잊어가고 잃어가는 당신을 응원한다.'라는 말이 참 낯 뜨겁고 부끄러운 말이지만 올해 서른을 겪고 있는 필자가 드는 솔직한 추억의 '희열' 일테다. 추억의 '희열'은 점점 희미해져가겠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총학일기라는 형태가 말 그대로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라는 (리포트가 아닌) 일기이기에, 필자의 생각을 옮기다 보니 두서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언제든지 청년나우 등의 플랫폼을 통해서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총학일기'가 나에게만 유의미한 기록이 아닌 우리에게 유의미한 기록이 되었길 바란다. 

프로필 사진
조영광

청년나우 조영광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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