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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기후 위기로 대구 사과가 사라졌다... 식량 위기 경고등 켜져

청년나우 김수연 객원기자 | 1899년에 시작된 대구의 사과는 섬유공업과 함께 도시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대구를 소재로 한 ‘능금꽃 피는 고향’이라는 노래가 보여주듯이 대구는 대표적인 사과 산지였다. 하지만 이제 대구사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좋은 품질의 과실이 열리는데,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부 자료에 의하면 대구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09년 105헥타르에서 2019년 52헥타르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같은 해 대구의 사과 생산량은 378톤인 반면 강원도는 1만 486톤이었다. 이미 강원도에서 고랭지 배추 대신 사과나무를 심는 농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구만이 아니라 한국 전체에서 사과 생산량이 줄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과거 30년간 사과의 총 재배 가능지는 국토면적의 68.7%에 달했지만, 2020년대에는 36.0%로 급감하며,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에 해당하는 0.9%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포도, 복숭아, 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사과 재배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과수 화상병’이다. 과수 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잎, 줄기, 꽃, 열매 등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말라 죽는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처음으로 발병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확산이 쉬우며 대처방법이 매몰밖에 없어 농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과수 화상병의 주원인은 기후 변화이다. 기온상승으로 병원균 증식이 더 쉬워졌으며, 겨울동안 나무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해 확산세가 더욱 빨라진 것이다. 화상병이 걸렸던 나무의 자리에는 3년 동안 사과, 배, 복숭아 등을 심을 수 없어 농가에 주는 피해가 더욱 크다.

 

실제로 밀양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본 결과 “사과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야 하고, 비가 많이 와야 품질과 생산을 높일 수 있다”며 “최근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햇빛 때문에 사과가 타버리고, 가뭄으로 인해 사과가 자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겨울에 추워야지 해충이 없어 사과 재배에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는데 춥지 않아 문제”라며, “대구뿐만이 아니라 밀양에서도 사과 재배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재해, 재배지 이동, 병충해의 모습으로 식량까지 위협한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식량 위기와 관련한 유엔의 경고이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예상한 범위보다 더 크게, 한 순간에 다가온다. 우리는 더이상 기후 위기를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하루라도 빨리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적, 전지구적인 차원에서의 강경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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